■ 2020도2642 증거위조 등 (다) 파기환송- 양형에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해 입금내역을 만들어 증거위조 등으로 기소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안철상)이 1월 28일, 변호인인 피고인이 알선의 대가로 교부받은 금원을 모두 반환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양형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고자, 입금했다가 다시 돌려받은 은행 거래내역 중 입금내역만 제출한 사실로 증거위조 및 위조증거사용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법원에 제출한 금융자료(입금확인증 등)는 해당 일시에 해당 금원을 타인 계좌에 송금하였다는 내용의 문서이고, 그 내용이나 작성명의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이상 증거위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피고인은 전주시 교도소에서 의뢰인인 공소외1을 접견하면서 “공소외2 주식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한 것으로 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반환할 돈이 없으니 공소외2 회사측에 돈을 입금한 후 돌려받고 이를 반복하며 돌려막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조언하여, 공소외1의 수락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외1의 지인을 통해 “공소외2 회사 측에 연락한 결과 돈을 보내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듣고, 공소외1의 누나A에게 공소외2 회사 명의 은행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했다. A는 2018년 5월부터 한 달 여간 8차례에 걸쳐 총 3억 5천만원을 공소외2 회사 명의은행 계좌로 이체한 후 그 즉시 돌려받는 방법으로 만든 입금자료를 피고인에게 팩스로 송부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공소외2 회사 측에 반환한 금원이 전혀 없음에도 “공소외1이 공소외2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3억 5,000만 원을 공소외2 회사 측에 모두 반환하였다”며 공소외1의 항소심 재판부에 위와 같이 공소외1의 누나인 A로부터 받은 종합전표 1장, 입금확인증 5장(반환금 합계 3억 원)을 제출하고, 같은 재판부에 공소외1이 수수한 알선 대가를 전액 반환하였으니 감형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기재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는 한편, 같은 재판부에 입금확인증 2장(반환금 합계 5,000만 원)을 추가로 제출했다.
원심은 “형법 제155조 제1항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는 범죄의 성부에 관한 자료는 물론 양형에 관한 자료가 포함되고, 피고인이 공소외1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2 회사 명의 은행계좌에 금원을 송금한 후 다시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무의미한 입출금 내역을 발생시킨 후, 전체 거래 내역 중 일부인 입금내역 만을 발췌하여 법원에 양형자료로 제출한 행위는 ‘공소외1이 공소외2 회사에 3억 5,000만 원을 반환하여 공소외2 회사가 이를 모두 수령하였다’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증거로서, 허위의 요건사실에 부합하는 내용과 가치를 지닌 기존에 없던 부진정한 자료를 작출한 행위이므로 증거를 ‘위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형법 제155조 제1항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 양형자료가 포함된다고 본 것은 정당하지만,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증거위조죄의 ‘위조’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실의 증명을 위해 작성된 문서가 그 사실에 관한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다면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가사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서 허위의 주장에 관한 증거로 제출되어 그 주장을 뒷받침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판단이다.
그 근거로 “사법절차를 담당하는 관련자들의 직무 집행이나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사법방해죄와 달리, 형법 제155조 제1항은 증거를 멸실, 은닉, 위조,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을 들면서 “증거위조죄에서의 ‘위조’의 개념이 문서위조죄에서의 그것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나 작성 명의, 작성일자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를 위조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허위 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내용과 작성명의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를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률 문언이 가진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 부당하게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제출된 증거방법의 증거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권한과 의무는 법원에 있기 때문에 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증거방법 자체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그것을 통해 증명하려는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 여부에 따라 위조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 2019다260197 손해배상(기) (자) 일부 파기환송-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 지연이 불법행위인지 여부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상환)이 1월 28일, “공법인인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의 법적 성질이 한정적 열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은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바탕으로 원고에 대한 등록심사기간을 지연시킨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원고의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일실수입 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일부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나, 협회장의 행위가 조직 내부의 대내적 업무상 행위에 불과하여 원고에 대한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그 이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을 제35기로 수료한 원고는 2006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최초 변호사등록 신청을 한 뒤 개업활동을 해오던 중, 법원의 금전공탁서를 변조한 행위로 공문서변조죄가 인정되어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2015년 9월 위 판결이 확정됐다. 변호사등록 취소 처분을 받은 원고는 변호사법 제5조 제3호에서 정한 ‘변호사등록 결격기간 2년’이 지난 2017년 9월, 다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등록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첨부하여 변협에 원고의 등록신청서를 송부했으나, 당시 변협회장은 원고에게 변호사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가 있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변호사등록 여부를 2017년 10월 18일, 협회의 등록심사위원회 안건으로 회부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2개월 가량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2월 12일, 심사 끝에 변협이 원고의 변호사등록을 마치자, 원고는 △원고에게 등록거부사유가 없어 변협은 변호사등록신청을 즉시 수리하여 변호사등록을 마칠 의무가 있음에도 협회장에 의해 등록심사위원회 안건으로 회부된 조치는 위법하고 △약 2개월간 변호사등록이 지연되어 그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으며 △등록심사위원회의 부당한 심사절차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주장하면서 “협회장은 불법행위자로서, 변협은 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을 정한 민법 제35조에 따라, 연대하여 원고에게 일실수입 12,829,520원과 위자료 3,000,000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법에 정한 변호사 등록거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협회장의 단순한 의심만으로 원고에 대한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변협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 3백만원의 지급 의무는 인정하면서도, “변협이 변호사법 제8조 제3항에서 정한 ‘등록신청일로부터 3개월’ 내에는 원고의 변호사등록을 마쳤으므로, 원고의 변호사등록이 부당하게 지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의 일실수입 배상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협회장 개인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한 조직 내부에서의 대내적인 업무상 행위이고, 이러한 조치가 통상적인 업무행위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해자인 원고는 대외적인 법주체인 변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기관담당자인 협회장 개인에 대해서는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수긍할 수 있으나, 변협의 일실수입 배상책임을 부정한 부분과 협회장 배상책임을 부정하면서 든 이유 부분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든 근거는 ▲협회장은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공행정사무인 ‘변호사등록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정한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점 ▲변호사법의 변호사등록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변호사등록의 ‘자격제도’로서의 성격, 입법자가 사회적 필요 내지 공익적 요구에 상응하여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 호의 등록거부사유를 새롭게 추가하여 왔던 입법연혁 등을 종합하면,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변협이 변호사법 등 법률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를 내세워 변호사등록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막연한 수준의 의심만으로 원고의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것과 공문서변조죄에 대한 비난가능성에 터 잡은 단순한 의심만으로 여죄의 유무를 추궁한다며 등록심사기간을 지연시킨 것은, 앞서 본 변호사등록 관련 법리 및 변협의 법적 지위 내지 사회적 위상 등에 비추어 객관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 ▲ 원고의 등록거부 안건 회부 및 그 심사절차 진행에 관하여 과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변협은 협회장 및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속한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변협의 일실수입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협회장 개인에 대하여는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한 데에 고의 또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부주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과실 공무원의 면책 법리에 따라 원고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원심과 다른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나아가 “변협 소속 임직원의 고의·과실로 위법하게 등록이 지연되어 등록을 신청한 변호사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변협은 그 지연한 기간 동안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고, 변호사법 제8조 제3항이 최대 3개월의 심사기간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기간 동안 변협의 배상책임이 항상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2018도4708 예비군법위반 (마) 파기환송판결(변론)-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여 기소된 사안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상옥)이 1월 28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그 종교의 교리를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여 예비군법위반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경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거부의 경우에도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면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고,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의 경우에도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그 종교의 교리를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에는 예비군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하지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여,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