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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법 소식] (유럽인권법원) 정신질환으로 인해 한정후견(partial guardianship)을 받는 자의 선거권을 자동적으로 박탈하는 규정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CASE OF ANATOLIY MARINOV v. BULGARIA (Application no. 26081/17, 2022. 2.28. 판결))


 

1. 요지

 

유럽인권법원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사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자의 선거권을 자동으로 박탈하는 포괄적 규정은 비록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적법할지라도 옳지 않으며 엄격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2. 사실관계

 

청구인 Anatoliy Tsvetankov Marinov1975년 불가리아에서 출생하였고 현재 소피아에 거주하고 있는 불가리아 국민이다. 1999, 청구인은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인 2000, 법원은 청구인이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태이고 때때로 공격적이지만 청구인의 정신장애가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한정후견인(partial guardianship)을 지정하였다. 또한 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투표권을 금지하는 불가리아 헌법 규정에 따라 청구인의 투표권을 자동으로 박탈하였다.


201511, 청구인은 청구인 본인과 한정후견인이 위임한 변호사를 통해 한정후견의 종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청구인 본인이 아니라 한정후견인이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20162월 각하하였다. 법원은 청구인만이 한정후견 종료 심판의 청구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청인이 원고자격으로 소환되어 절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정후견인이 신청인의 주소를 제출했어야 했다며 각하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후 항소에서도 패소하자, 청구인은 자유롭게 직접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하며 불가리아 대법원(Supreme Court of Cassation)에 상고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대법원은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610, 사건을 담당한 지방법원은, 한정후견종료 심판을 청구한 청구인의 후견인이 심판청구인을 청구인으로 지정하고 청구인에게 소환장을 송달할 수 있는 주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각하하였다. 법원은 청구인을 여전히 법적으로 무능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20173월 있었던 불가리아 의회선거에서도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이에 의회선거가 있고 난 몇 주 후, 청구인은 한정후견 종료를 구하는 심판청구서를 다시 법원에 제출하였다. 201712, 소피아 지방법원은 청구인이 자신과 관련된 사안들을 이해하고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청구인에 대한 한정후견을 종료하고 그의 법적능력을 회복시켰다. 청구인은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3조 자유선거권에 근거하여,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인 사법적 평가(judicial assessment) 없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성년후견인에 대해 포괄적으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유럽인권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유럽인권법원은, 청구인의 청구요지가 피성년후견인 지정에 따른 행위능력의 박탈이 아니라 국내에서 어떤 형태의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는 투표권 자동박탈을 지적하는 점에 주목하였다.

불가리아 정부는 정보에 입각하여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만이 해당 국가의 입법부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피성년후견인의 투표권을 박탈하여 왔다고 하면서, 피성년후견인 지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관할법원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될 자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을 내려왔다고 주장하였다.


유럽인권법원은 정부의 피성년후견인의 투표권 박탈은 적법한 목적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법원은 불가리아 입법부가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비례성에 입각하여 피성년후견인에 대하여 투표권 행사 능력을 평가받을 방법을 열어 주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설명하였다.


, 유럽인권법원은 해당 사안에서, 청구인은 개개인의 투표권 행사 능력에 관한 개별적인 사법적 평가 없이 단순히 한정후견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선거에서 투표권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이와 같이 법률규정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축소하는 것에 대하여는 엄격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인권법원은, 청구인의 투표권 자동박탈이 투표권을 제한함으로써 얻는 공익에 비례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유럽인권협약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선거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유럽인권법원은 불가리아 정부에 청구인의 비금전적 손해에 대해 3,000유로(EUR), 소송비용 및 경비에 대해 1,926유로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 출처 : 법원도서관, 해외판례소식 (2022.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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