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등 위헌확인
헌재 2023. 7. 20. 선고 2020헌마104
헌법재판소는 2023년 7월 20일 평의 참여 재판관(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 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가격할인의 범위를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합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하로 제한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2014. 5. 20. 법률 제12603호로 개정된 것) 제22조 제4항 및 제5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1. 사건개요
○ 청구인은 전자책의 작가로서 통상 전자책의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책을 언제 얼마에 팔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도서가격을 정한 뒤에는 가격할인 등의 방법으로 즉시 마케팅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는 등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또한 청구인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독자이자 소비자로서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읽을거리를 찾고 진리를 탐구하는 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주체이며, 향후 전자책을 발간·유통하는 1인 출판사와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업체”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간행물 판매업자인바,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독자 겸 소비자, 그리고 예비 간행물 판매업자로서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 이에 청구인은 2020. 1. 20.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및 같은 조 제5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2014. 5. 20. 법률 제1260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출판법’이라 한다) 제22조 제4항 및 같은 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출판문화산업 진흥법(2014. 5. 20. 법률 제12603호로 개정된 것)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④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⑤ 제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
3. 결정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이유의 요지
○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간행물 판매자인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저자와 출판사를 안정적으로 보호 육성하며, 다양한 서점 또는 플랫폼을 유지·장려하여 소비자인 독자의 도서접근권을 확대하고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간행물을 제공함으로써 출판산업과 독서문화가 상호작용하여 선순환하는 출판문화산업 생태계를 보호·조성하려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시행 이후 종이책의 매출이 감소하고 지역서점의 매장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의 발달과 같은 사회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결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며,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출판사의 수와 신간 도서발행 종수가 증가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수단의 적합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 종이출판물 시장에서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그대로 방임할 경우 지역서점과 중소형출판사 등이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지므로 가격할인 등을 제한하는 입법자의 판단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인정된다. 반면 신간도서에 대하여만, 또는 대형서점에게만 가격할인 등에 관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실효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 한편 전자출판물의 경우 종이출판물과 구분되는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양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데,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종이출판산업이 쇠퇴하고 그로 인하여 양자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전자출판물 시장에서도 소수의 대형플랫폼이 경제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 간행물 판매자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영업상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없는 기본권의 제한을 받으나, 비가격적 서비스경쟁을 여전히 할 수 있고, 단기적 측면 및 가격 책정의 측면에서는 직업의 자유가 축소되는 면이 있으나 장기적 측면 및 시장 전체의 측면으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전자출판물 제공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제한의 정도가 크지는 않다.
○ 지식문화 상품인 간행물에 관한 소비자의 후생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득에만 한정되지는 않고 다양한 관점의 간행물을 선택할 권리 및 간행물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용이하게 제공받을 권리도 포괄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전체적인 소비자후생이 제한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
○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결정의 의의
○ 이 결정은 이른바 도서정가제를 정한 출판법 규정이 간행물 판매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첫 사례이다.
○ 헌법재판소는 출판문화산업에서 존재하고 있는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간과하고 이를 그대로 방임할 경우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지게 되고, 지식문화 상품인 간행물에 관한 소비자의 후생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득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