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르기 위해 한국법률가대회 역사상 최초의 온라인 행사로 치렀다. 당초 30여개 학회가 참가를 신청했지만, 행사 진행 방식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결정되면서 동시간 중복 개최가 불가하여 부득이 참가학회와 논의 주제 숫자를 줄였다. 이번 법률가대회는 첫날 기조발제와 2개의 심포지엄, 둘째 날 4개의 세션(9개 주제)으로 구성됐으며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 등으로 총 50여 명이 참여했다.
각 기관 소속 준비위원들로 구성되어 지난 1월부터 준비회의를 가져온 ‘제12회 법률가대회 준비위원회’는 다각적인 검토 끝에 이번 법률가대회만을 위한 별도의 독립 보안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의무연수 시간이 필요한 변호사들에게 정확한 접속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이에 행사는 현장에 청중이 없는 상태로 대법원 대강당에서 진행됐고,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참가자들은 PC와 모바일 어느 기기로든 안내된 사이트에 접속하여 영상 시청 및 (실시간) 질문 제기 등으로 참여했다.
사전신청 후 행사 이틀 간 접속기록이 확인된 참가자에게는 500명까지 기념품(기프티콘)을 제공하기로 한 바, 사전신청자 수는 972명으로 1천 명에 달했다. 한국법학원은 미처 사전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사전신청 없이 바로 사이트에 접속하여 행사를 볼 수 있도록, 행사 이틀 전부터 사이트 링크를 제공하기도 했다.
■ “인공지능과 팬데믹 상황, 법률가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22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권오곤 원장의 개회사로 막이 올랐다. 권 원장은 “한국법학원은 창립 이래 지난 64년 간 법률 실무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너른 광장의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 법률문화의 선진화 및 국제화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원 여러분과 함께해 왔다”면서 “(특히) 한국법률가대회는 모든 한국 법률가들이 한데 모여 교류하는 화합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제12회 한국법률가대회에 대하여는 “인공지능과 팬데믹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급속한 발전으로 향후 10년 동안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법률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해 보고자 하는 것이 그 취지”라고 전했다.
각 기관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 법률가대회의 주제가 매우 좋다”는 평과 함께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새로운 시대에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새로운 도전에 대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격변하는 이 시기에 헌법재판소도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헌재 결정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소통에 힘쓰겠다”고 전했으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번 법률가대회가) 법률가들이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과 시각으로 법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코로나 이후 도래할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과 사명이 우리 법률가들에게 요구된다”면서 “이번 한국법률가대회가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균성 한국법학교수회장도 “이번 한국법률가대회를 통해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중요한 법적 과제가 도출되고, 지속가능성장시대에서의 법률가의 사명과 발전방안도 제시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 “규제 혁신 등 법률 분야의 역할 중차대하다”
이번 제12회 법률가대회의 대주제는 “2020, 새로운 10년-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시대적 요청과 법률가의 사명”이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한국과총 명예회장이 “기후위기·팬데믹 복합위기와 4차산업혁명의 대전환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법률가의 사명”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김 전 장관은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경제사회정치 모든 부문에서 1930년대 대공황에 비교되는 난국을 형성했고, 우리는 전면적 복합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하면서 “글로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신기술 개발 확산에 따르는 역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윤리적 차원의 가이드라인 설계와 규제 혁신 등 법률 분야의 역할이 중차대하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오후 1시부터는 “심포지엄 1. 인공지능시대 법률서비스의 변화와 법률가의 역할”이 진행됐다. 국내와 해외의 법률서비스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법률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이뤄졌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고학수 서울대 법전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리스트 상호간 토론을 이끌었으며, 실시간 토론의 열기가 뜨거워 질문이 계속되자 종료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 제기된 질문 중 일부만 추려서 다루기도 했다. 패널들은 해외 사례에 비추어 국내 리걸테크의 발전 수준과 가능성, 정확도를 전망했으며 법의 적절한 대응 및 변호사 윤리장전에 기술 숙련도 관련 사항의 명시도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심포지엄1의 패널리스트로는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박상철 서울대 법전원 교수, 이유진 (주)카카오 공동체데이터센터 소속 변호사, 이진 변호사/ ㈜리걸텍 대표, 한애라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가 참여했다.
오후 3시부터는 “심포지엄 2.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의 법률적 쟁점”이 이어졌다. 바이러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보편적인 상황뿐 아니라 위기상황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이 요구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해 보고자 하는 세션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전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패널로는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 이춘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지용 연세대 법전원 교수가 참여했다.
■ “사이버 문화와 언택트 일반화됐는데, 법은 아직 3차 산업시대에 머물러 있어”
둘째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총 4세션이 진행됐다. 각 세션 세미나의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법적 쟁점 △디지털 시대 형사법의 대응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법적 조건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가의 역할이다.
제1세션 1주제는 “인공지능의 사법적 쟁점”으로, 사회자는 이상용 건국대 법전원 교수, 발표자는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토론자로는 정진명 단국대 법대 교수와 성봉근 서경대 사회과학대 교수가 참여했다.
최경진 교수는 “알파고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증폭시킨 이후 법률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면서 그 쟁점들로 “사법절차에서의 인공지능의 도입,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행정, 인공지능에 대한 형사책임, 해외의 인공지능 관련 법정책적 동향, 인공지능과 차별 문제, 인공지능과 계약법 및 의사표시 문제, 인공지능과 개인정보보호의 문제, 인공지능과 소비자보호의 문제, 인공지능 윤리규범과 규제 거버넌스 문제” 등을 소개했다.
제1세션 2주제는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는 특허법상 도전과 혁신”, 3주제는 “인공지능창작물에 대한 규범적 대응-저작권을 중심으로-”이다. 2,3주제의 사회자는 이규홍 부장판사(한국특허법학회장)가 맡았고 각 주제의 발표자는 김광남 특허법원 판사, 계승균 부산대 법전원 교수가 맡았다. 각 주제의 토론자로는 장완규 용인송담대 법무경찰과 교수와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제2세션 1주제는 “디지털 컨택트 시대의 범죄와 형사법적 대응 전략”이다. 김성룡 경북대 법전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봉수 전남대 법전원 교수, 조기영 전북대 법전원 교수,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윤지영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어떤 범죄의 기회는 제한하는 반면 어떤 범죄의 기회는 확대시킬 수 있다”면서 “입법자와 형사사법 분야 관련자들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기술의 발전에 주목하여,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형사사법 분야의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세션 2주제는 “형사절차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사회는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는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경렬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 이주원 고려대 법전원 교수, 탁희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이원상 교수는 “시민들은 이미 새로운 사이버문화에 적응하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언택트 사회로 급속히 전환해 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법률은 각종 규제들로 인해 발목이 잡혀 3차 산업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형사사법 분야는 여전히 아날로그 세상에 최적화된 법체계를 가지고 디지털 세계에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형사사법의 체질을 디지털로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형사절차의 디지털화는 민사절차 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걸림돌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제3세션 1주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법적 대응의 가능성과 한계: 기후변화와 헌법소송을 중심으로”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이재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이 발표를 맡았으며, 연세대 법전원 박덕영 교수, 한양대 법전원 정광현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재희 책임연구관은 “우리의 기후변화 소송의 경우에도 기후변화문제의 특수성, 기후변화의 임박한 위험의 현실, 국제공동체에서 합의된 온실가스감축수준을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판단에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대법원 판결로 최종확정된 네덜란드 기후소송에서 제시되었던 논증들을 참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제3세션 2주제는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적 조건”으로 김선택 고려대 법전원 교수가 사회를, 윤정인 고려대 법학연구원 박사가 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주영 명지대 법대 교수와 강일신 경북대 법전원 교수가 참여했다.
제4세션 1주제는 “갈등사회의 화합을 위한 법률적 쟁점”이다. 한충수 한양대 법전원 교수가 사회를, 박영호 평택지원 판사가 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과 이성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했다.
제4세션 2주제는 “한국 사회의 합리적 분쟁해결을 위한 소송과 조정제도의 절차 및 실무적 개선방안”이다. 사회는 김용섭 전북대 법전원 교수(한국조정학회장)가, 발표는 오재창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충상 경북대 법전원 교수, 함영주 중앙대 법전원 교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