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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법개폐가 불신초래”/서울대 박병호교수 북경학술회의 발표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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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법개폐가 불신초래”/서울대 박병호교수 북경학술회의 발표


 


[동아일보] 1992-08-18 21면  사회    994자


◎윤리 도덕이 밑받침 안되면/허무주의적 사고 사회만연무분별한 법규의 양산과 빈번한 개정 및 폐지가 법의 반윤리성을 심화시켜 법집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병호서울대법대교수는 한 중 일 법학교류학술회의(19∼21일·중국 북경)에서 발표할 주제논문 「한국사회에서의 법과 윤리 도덕」을 통해 이같이 강조하고 윤리도덕이 「법의 근원」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상실하면 법허무주의적 사고방식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법학원 중국법학회 일본법률가협회가 공동주관 하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동양사회에서의 법과 예와 도덕」「상사중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

우리나라에서는 문인구한국법학원장을 비롯,이일규 전대법원장 이선중 전법무장관 등 24명이 이 학술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18일 출국했다.

한국측 대표로 주제발표를 맡은 박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법은 예치를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공맹의 「예주법종」사상이 우리나라,특히 조선시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사상가인 정약용의 저서 「경세유표」를 그 단적인 예로 꼽았다.

정약용은 이 책의 서문에서 「예는 천리와 인정(민심)에 합당한 법」을 뜻한다며 예로써 나라를 다스려야 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조선시대 민사의 영역에선 「이」가 중요한 판단기준이었으며 「이」는 사물에 내재하는 보편적 이치인 사리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과 함께 이같은 전통적인 법관념이 퇴색하기 시작,법과 윤리 도덕을 별개의 개념으로 파악하게 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일제시대 강압통치 수단으로 모든 실정법은 예외없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강제되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법률은 특별한 기술적인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대부분 유교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따라서 법의 운용에 있어서도 법조문을 정확히 인용하되 그 배경이 된 유교경전의 정신을 충분히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송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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