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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원장 기고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및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창립 15주년 기념 강연에서 기조강연 중인 이기수 원장, 사진 제공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기수 원장은 2023년 5월에 개최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및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5년 –현황 및 개선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였다. 또한, 2024년 4월 5일에 열린 “2024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 공동 주최 학술회의”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다. 이기수 원장의 기조강연과 축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및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창립 15주년 기념 강연 
  (2) 2024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 공동 학술회의 축사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및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창립 15주년 기념 강연】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5년  - 현황 및 개선을 위하여 -



I. 태동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법률 제8544호, 2007. 7. 27., 제정)에 의거하여 2009년 3월 1일부터 전국 75개의 법과대학과 법학과 중에서 25개의 대학에 2,000명 정원으로 신입생을 모집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어 15년이란 기간이 경과하였습니다. 법전협(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 창립 15주년을 맞이하고 법전원(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은 올해 2월 제13기가 졸업함으로써, 로스쿨 도입 15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법전원의 도입 목적을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한 바 있습니다(2009.2.26.).
첫째, 목적은 우선,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데 있다(법전원법 제2조).
둘째, 법전원제도는 전공학부에 상관없이 정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학교육을 마치게 한 후 본인의 희망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게 함으로써,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국가적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법전원 이야기가 가장 처음 나왔던 것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였지만 한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고, 대신 당시 300명이었던 사법시험의 합격정원을 1,000명으로 늘리며 사법연수원을 개편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2003년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 끝에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찬성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에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한나라당이 요구한 사학법 개정과의 거래가 성사되어 설립이 확정되었습니다. 로스쿨 법안(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치적인 거래의 결과로 통과된 것이라, 해당 법안이 통과될 당시 국회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또한 법전원을 설치한 대학들은 학부의 법학과를 폐지해야 했습니다.

저는 2008년 2월 1일에 고려대학교 제17대 총장이 되면서 대교협에 설치되어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서 법전원의 설립과정에 관여하였고,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직도 1년간 수행하면서 법전원의 결과를 직접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 총장으로서의 나의 개인 의견은 고려대가 법전원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였었습니다. 지금 생각하여도 고려대 총장으로서 가장 잘못된 결정은 법전원으로 가도록 승인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법전협 창립 및 로스쿨 도입 15주년을 맞아,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비추어 현상을 둘러 보고자 합니다.

로스쿨은 사회, 상경, 인문, 사범, 공학, 자연, 약·의학, 예체능, 농학, 신학 등 여러 분야를 전공한 입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유발하여 고등 법학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로스쿨은 올해 제12기 1,725명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서, 지금까지 총 19,486명의 변호사를 배출하였습니다. 이제 로스쿨 출신들은 법원, 검찰, 정부, 로펌, 기업 등에서 주어진 몫을 넉넉히 수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체 변호사 중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60% 정도로 증가하면서, 법조계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의 특별전형에 따른 사회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출이 확대되었고, 지방대학 출신 변호사도 사법시험 시대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여 법조계의 학벌 독점도 완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의 숫자가 증가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변호사 접근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부교육 황폐화’는 이제 보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양과 능력을 갖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적 쟁점과 분쟁을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풀어나가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요구하는 기대에 더욱 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같이 로스쿨 도입 취지의 실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이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정착하기 위하여 로스쿨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II. 변호사시험

1. 변호사시험 합격률

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변호사시험 합격률로서, 여기에서 로스쿨 교육 등 여러 아쉬운 점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합격률은 로스쿨 제1기인 2012년 82.75% (1,663 응시, 1,451 합격), 2015년 61.11% (2,561 응시, 1,565 합격), 2020년 53.32% (3,316 응시, 1,768 합격), 그리고 올해 2023년에는 52.99% (3,255 응시, 1,725 합격)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학부 4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로스쿨 3년, 최소한 7년을 학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수는 합격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미국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2월과 7월의 뉴욕주 변호사시험은 우리의 초시(初試)에 해당하는 응시자 평균합격률이 73%이고, 재시(再試) 이상 합격자는 27%였으며, 전체 평균 합격률은 61%였습니다(12,677명 응시, 7,728명 합격). 전체 합격률이 61%라고 하여 우리의 53%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합격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뉴욕주의 61%의 합격률에는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응시자(foreign educated)’의 낮은 합격률 43%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뉴욕주의 61% 합격률은 외국인의 입학조차 허용되지 않는 한국의 2023년 합격률 52.99%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둘째, 2022년의 합격자 중에서 미국변호사협회(ABA)가 승인한 로스쿨 출신의 합격자는 72%로서, 한국보다 합격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러나 72%의 숫자에 들어가 있는 정보를 들여다보면, 뉴욕주의 합격률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로스쿨은 입학생 숫자가 전체 2,000명으로 제한되고 인가를 받아야 하는 한국의 로스쿨과는 다릅니다. ABA가 승인한 미국의 로스쿨 숫자는 199개입니다. ABA가 승인한 로스쿨의 재학생 숫자는 2010년 147,525명이고, 2021년 117,501명입니다. 2022년 ABA 승인 로스쿨 출신들의 뉴욕주 변호사시험 초시 합격률은 83%인데, 이는 ABA가 승인한 로스쿨 출신들이 첫 시험에서 대부분 합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제11기 변호사시험(2022년) 초시 합격률 80%를 초과한 로스쿨은 6개 학교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 미국 전체의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 90%를 초과한 로스쿨은 (200개 로스쿨 중에서) 38개, 80%를 초과한 미국 로스쿨은 95개였습니다. 2022년 한국의 변호사시험에서 80%를 초과한 로스쿨은 단 1개에 불과합니다. 또한 2023년 한국의 52.99%보다 낮은 미국의 로스쿨(조사 대상 전체 200개, 10개 변호사시험과 무관한 대학 10개 제외)은 불과 11개 대학에 불과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물론 양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높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여러 폐해를 낳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위주로 운영되는 문제점, 곧 로스쿨에서의 ‘법학교육의 황폐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는 업무과중에 시달릴 수 있는 반면에, 변호사시험에 해당하지 과목은 폐강되는 일도 흔히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사법시험 시대를 연상하게 할 만큼, 변호사시험 과목에 초점을 맞추게 합니다. 이는 변호사시험은 물론이고 법학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비용 저효율 체제’인 로스쿨의 교수 임용과 관련하여, 변시과목이 아닌 과목, 심지어 선택과목을 강의할 교수를 임용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최근 5년 간(2017-2021년) 21개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총 1,561억원(평균 74억원)입니다. 로스쿨 설치·인가 기준으로서, 등록금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학생 12명당 교수 1명 이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로스쿨 교수들의 주력은 70년대 중반 학번부터 80년대 중반 학번인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10여년이 경과하면 이들 대부분은 은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학들이, 2007년도에 로스쿨 인가받을 때만큼, 교수를 충원할지 의문입니다. 로스쿨 출범 전에 존재하였던 75개 법과대학이나 법학과가 타학과와 통폐합되어 법학교육이 감소한 상황에서, 로스쿨 교육의 황폐화는 법학발전의 역행에 부채질을 할 것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법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로스쿨은 법학을 강의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변호사시험을 합격시키는, 곧 학원과 별차이가 없는 존재로 전락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변호사시험과 관련되는 강좌만을 수강하려 하고, 강의의 내용도 변호사시험 위주로 이루어질 것을 희망하게 됩니다. 학생들 중에서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까지 듣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Harvard나 Yale 로스쿨 등 미국의 대부분 로스쿨에서는, 입학 이후 졸업할 때까지, 수업시간에 ‘Bar Exam’이라는 단어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의 로스쿨이 변호사시험을 합격시키는 기관이 아닌, 법학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로스쿨 입학정원을 변경시키지 않는다면, 변호사시험을 현재와 같이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2. 오탈자의 문제점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졸업(석사학위 취득)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는 제한(변호사시험법 제7조)은 소위 ‘오탈자(五脫者)’라는 치유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의 5회 응시제한은 과거 사법시험 시대의 ‘고시 낭인’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법시험 시대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로스쿨 출범 이후 2022년까지 누적 오탈자 인원은 1,324명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많은 숫자일 것입니다.

로스쿨에는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합니다.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4년간의 학사과정, 법학적성시험, 그리고 3년간의 로스쿨(석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더군다나 로스쿨 입학정원도 2,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법시험과는 달리 입학을 위하여, 변호사시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하여 매우 어려운 자격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약 50%로 묶어두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매우 우수한 인력이 오탈자로 전락하고, 이러한 인력의 낭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탈 제도’는 변호사가 되는 길을 사실상 박탈함으로써, 오탈자 개인에게는 크나큰 좌절과 분노감을 주는 동시에, 사회·국가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인재를 사장(死藏)시키게 됩니다. 오탈자들은 로스쿨 출신이라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 놓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조건, 학비, 인생 황금기 동안의 3년, 5번에 걸친 변호사시험 등 너무나도 높은 기회비용에 비하여, 오탈자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을 가해지게 됩니다. 이들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우수한 인력이 양산되도록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로스쿨 2,000명 입학정원을 제한하지 않고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정원을 정하거나, 현재와 같이 입학정원을 제한한다면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증가시켜야 오탈자의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입학정원을 늘린다면 로스쿨의 재정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오탈자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을 찍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선발시험인 변호사시험을 조속히 자격시험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III. 입학의 다양성과 법률시장의 확대

1. 저연령 편중 현상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한 이유 중의 하나는 다양한 교육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로스쿨 법률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입학시키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법 제26조제1항). 로스쿨은 2009년 제1기부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해 왔고, 2022학년도 2,142명 입학생 중에서도 사회계열 624명, 상경계열 502명, 인문계열 409명, 사범계열 125명, 공학계열 136명, 의학·약학 27명, 예체능 9명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양성은 ‘전공’에 한정되는 것으로서, 연령이나 외국어 등의 측면에서 로스쿨 도입 시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로스쿨 입학생들의 연령대를 비교하면, 23세에서 25세 44.21%, 26-28세 36%, 29-31세 11.25%, 32-34세 31명, 35-40세 1.5%, 41세 이상 0.3%에서 볼 수 있듯이, 28세 이하 연령대가 80.95%에 달할 정도로 젊은 연령의 입학생이 대부분입니다. 2009년도 입학생의 경우에는 32세 이상의 연령이 20.3%로서, 비교적 저연령대 편중 현상은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저연령대 편중 현상은 다양한 사회 경험자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와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연령 편중 현상은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나 입학절차 투명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로펌에 대한 취업 가능성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로스쿨은 학점이나 법학적성시험 등 2가지 정량 스펙이 합격을 좌우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량 스펙의 중시는 로스쿨 입시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고연령 직장인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습니다. 입시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상대적 고연령인 직장인 등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2. 외국 대학출신의 우수한 인재 활용의 필요성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법조계 진입을 막고, 입학생의 다양성 측면 확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몰각하고 있습니다. 외국 대학에서 수학한 우수한 인재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확률은 더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로스쿨 제도는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선발시험’제도로 시행되고 있는 변호사시험에서는, 외국에서 수학한 학생들이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됩니다. 자격시험이면 충분히 법조인으로 활약할 수 있었을 우수한 인재가 사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외국 수학 법조인 양성은 한국 변호사들이 국제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UN,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UN 난민기구(UNHCR), 국제상공회의소(ICC) 등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국제 중재·조정기관 등이 매우 많이 존재합니다. 이는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변호사의 시장이 존재하고, 외국 수학 로스쿨 학생들이 무난하게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UN이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법학 학위를 가진 개인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변호사시험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의 로스쿨 재학생이 이러한 국제기구에 인턴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워 보입니다.

2019년 국세청의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들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신고액은 약 총 6조 3400억원입니다. 이 액수가 한국의 국내 법률시장 규모입니다. 변호사 시장의 포화나 지나친 경쟁 등 왜 국내시장의 파이 크기만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변호사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국제시장에도 진출하여야 할 것입니다.

3. 변호사 확대를 위한 시각 변경 필요성

변호사합격률을 높이거나, 변호사 숫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격을 가진 것에 불과한 것이지, 법률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할 능력이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이 의사보다 적다느니 하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변호사가 어떠한 능력을 가지는지, 경제적으로 어떠한 보상을 받는지 여부는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이후, 개별 변호사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로스쿨 입학자 및 변호사 모두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법전협에서도 ‘변호사시험 완전자격시험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하여 더욱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IV. 선택과목의 불합리 해소 필요성

변호사시험에는 ‘전문적 법률분야’에 관한 선택과목으로서, 국제법 등 7개 과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변호사시험법 제9조, 시행령 제7조). 그런데 선택과목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습니다. 첫째, 법학 과목은 ‘7개 과목’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요즘 “헌법 위의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인정보는 법률서비스 분야 대부분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택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현재 발생하는 법률분쟁은 어느 특정 법률에 한정하지 않고, 민·형사 등 전반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여러 법률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로스쿨에서 7개 과목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법학을 다양하게 교육하고 수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택과목을 7개 과목 중의 하나로 한정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입니다.

둘째, 수험부담에 따라 선택과목 간에도 많은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지난 10여년 동안 7개 선택과목 중에서 국제거래법, 환경법, 경제법, 노동법 등의 선택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선택과목의 쏠림현상은 로스쿨에서의 교육을 왜곡시키고, ‘선택과목 간의 합격률 편차’ 발생이라는 문제를 추가적으로 야기하고 있습니다. 통상과 관련하여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던 지적재산권법과 국제법이 수험부담에 따라 외면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선택과목의 쏠림현상은 로스쿨에서의 강의와 교원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선택과목에도 과락(科落)이 적용됨으로써, 우수한 성적을 획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총 1,660점 중에 선택과목은 겨우 160점을 차지하고, 해당 선택과목이 변호사로서 활동하는데 필수적인 것도 절대 아닙니다. 해당 시험과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해당 선택과목의 40%를 득점하지 못했다는 것을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선택과목 하나의 과락으로 인하여 전체 변호사시험을 불합격시킬 일은 아닙니다.

선택과목에 대한 문제를 조속히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 법전협에서도 논의하고 있는 ‘선택과목 이수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V. 로스쿨의 특성화 실행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각 로스쿨이 내세웠던 특성화 실행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로스쿨은 인가받을 때 국제법무, 인권, 지적재산권, 의생명과학, IT, 조세, 젠더, 물류 등 특성화를 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로스쿨들의 특성화 목표는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로스쿨은 이를 얼마나 이행할 수 있고, 변호사시험 과목의 수강에 정신이 없는 학생들도 특성화에 신경이나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각 로스쿨 각각의 제한된 정원(定員) 상황에서도 특성화를 이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성화뿐만 아니라 외국어 강의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성화를 이행하거나 외국어 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VI. 맺음말 : 법전원을 통한 법학교육의 미래와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의 임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이미 법학전문대학원이 현재 처한 현실로 많이 지적된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내용은 법학교육의 미래에 관한 내용입니다. 

챗GPT 등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영역에서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법조생활도 크게 변화하고 있고 변화할 것으로 예견되어 있습니다. 현재 변호사의 업무 중의 상당부분은 사건정리 후 판례와 학설의 내용을 중심으로 법리를 정리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챗GPT를 결합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러한 업무는 리걸테크(Legaltech)에 의하여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판례와 학설은 이제 리걸테크 기술을 통하여 정리되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 내지 법률가의 업무는 어디에 집중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리를 검증하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변호사 내지 법률가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법리와 판례 암기를 위주로 학습하고 이를 묻고 있는 변호사 시험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초적인 법리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고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깊이 있는 쟁점을 찾아내고 사고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이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호사 시험이 바뀌어야 합니다. 변호사 시험이 바뀌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하는 내용도 그에 맞추어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시험부터 노트북을 통한 답안작성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통상의 변호사 내지 법률가가 업무에서 하듯이 판례와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해당 법률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기본적인 주석서를 시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험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한 쟁점을 담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하여 시간도 더 많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가인법정변론대회에서 출제되고 있는 문제들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됩니다. 기록을 기초로 다양한 법적 쟁점을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좋다고 생각됩니다. 시험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현재 객관식, 사례형 그리고 기록형 문제를 모두 치르고 있는 시험방식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개인적으로 한번 생각해 본 것이지만, 이미 독일 등 유사한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위하여 논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한국법학원에서도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에 따른 변호사 업무의 변화에 주목하고 이로 인한 법학교육, 법조인 양성 등 다양한 쟁점에 관하여 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15년을 맞이하여 법조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생각하여 우리 법학전문대학원이 변화된 현실에 맞는 훌륭한 변호사 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감당해야 할 임무는 막중하다고 생각됩니다. 

 



2024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 공동 학술회의

 

대주제: 법학 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 극복과 미래-대안은 무엇인가?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한국법학교수회가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 극복과 미래-대안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함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법률가들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에 법학전문대학원 개원 15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아서 살펴보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목적하는 바를 성취하기보다는 변호사 시험 합격을 위한 학원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의 미비, 변시과목 이외의 법학교육의 황폐화, 기초법학 교육의 부재, 오탈자의 양산, 학문후속 세대의 단절 등등 고급인력의 낭비가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될 때에 75개 법과대학과 법학과 중에서 25개 대학만이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승인이 되었고, 나머지 50개 대학과 학과는 그대로 존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대학과 학과가 얼마나 됩니까? 아예 법과대학과 법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대학과 학과로 변형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한마디로, 과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법학교육이 말살되다 싶이 변해갔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일본식민지와 미군정에 39년을 빼앗긴 주권을 되찾았습니다. 자유민주공화국으로 탄생한지 76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권보호와 법치주의 함양이 우리 법률가들이 지향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법교육의 미비로 “내로남불”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정과 상식’에 기한 준법정신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융성을 위해 국민들 모두가 법 공부 하는 나라로 재탄생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서 헌법과 민법 과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한민국 건국사와 헌법정신을 교육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나의 견해는 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 이배용) 자문회의에서 발표하고 건의하였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헌법 제10조)”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하고 자존과 아울러 곁에 있는 모든 국민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나라를 일구는데 우리 법률가들이 솔선수범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시의 자격시험화, 변호사 양성 기회의 다양화는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발표를 맡아주신 장용근 교수, 양만식 교수, 이호선 교수 와 좌장을 맡으신 최봉경 교수, 정용상 교수, 토론을 맡아주신 교수님들 그리고, 원로교수로서 제언을 해 주시는 홍복기, 최준선, 이은기 교수님, 이 공동학술회의를 주최하면서 개회사를 해 주시는 조홍식, 박정원 두분 회장님과 폐회사를 해 주시는 안경봉 국민대 법학연구소장님께 특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이번 공동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며,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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