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판결
◇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 ◇
1. 종전 판례의 변경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은 피상속인의 유체․유해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에 준해서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라고 판시하였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유지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과거에는 조리에 부합하였던 법규범이라도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러한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를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
다.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법질서,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 및 정서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거나 그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제사 및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조상숭배라는 전통에 근거하는 것이면서도 헌법상 개인의 존엄 및 양성평등의 이념과 조화되도록 운영하여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여성 상속인을 열위에 두는 것은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 제사주재자로 남성 상속인을 우위에 두지 않는다고 하여 제사제도에 내포된 숭조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 무너진다고 볼 수도 없다.
2. 제사주재자의 결정 방법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리에 부합한다고 본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현재의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기존 법규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법질서에 부합하도록 이를 조금씩 수정․변형함으로써 명확하고 합당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과 현행 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3.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는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 원고들은 망인의 배우자, 장녀, 차녀임. 망인은 원고 1과 혼인관계에 있던 중 피고 2와 사이에 장남을 두었음. 망인이 사망하자 피고 2는 망인의 유체를 화장한 후 그 유해를 피고 1 재단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하였음. 이에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망인의 유해인도를 구하였음
☞ 원심은,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피고 2는 장남의 법정대리인(친권자 모)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음
☞ 대법원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망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고, 다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가 있는지를 심리하여 누가 망인에 대한 제사주재자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은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함
☞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및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음
☞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에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이 적용된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이 다투어지는 경우, 법원은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망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들과 형성한 동거․부양․왕래․소통 등 생활관계, 장례 경위 및 장례 이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상태,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및 협의가 불성립된 경위, 향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 의지와 능력 및 지속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유체․유해의 귀속자로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달리, 여기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