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학교수회 제15대 집행부가 지난 2021년 1월 1일, 닻을 올렸다. 새 집행부를 이끄는 선장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제13대 집행부 때부터 교수회의 회무에 참여해 온 그는 “한국법학교수회를 모든 법학교수들의 소통과 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고서 지지를 얻었다. 정 회장이 지금 이때에 교수들의 ‘소통과 통합’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관 탄핵 등 이전에 없던 격동에 휩싸인 사법부를 바라보는 정 회장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사법연수원 15기인 그는 대법원 판사를 끝으로 11년의 법원 생활을 마치고 모교인 고려대로 왔는데, 법원 밖에서도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법학의 고사(枯死) 위기에 대해서는 ‘큰일’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로스쿨과 변호사업계의 얽힌 역학관계는 좀 더 큰 시각에서 풀어보자고 제안하면서, 변호사의 가치와 신뢰 제고는 로스쿨 교수로서도 추구하는 지향점이며, 그 방법의 측면에서는 서로 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음은 정영환 회장과 나눈 문답.
Q. 한국법학교수회를 “소통과 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재 법학과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있는 학교는 전국에 100여 개, 전체 법학교수 인원은 1,700여 명 정도 된다. 제13대부터 교수회 회무에 참여했는데,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학교수 사회가 둘로 쪼개어졌다. 각자 속한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온 정신을 쏟았고, 로스쿨이 유치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에 벽이 생겼다. 여기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까지 생기면서 사이가 많이 멀어졌다.
지금은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우리 법학교수 사회가 분리를 경험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저는 판단을 하고, 또 들어보면 주변에 많은 법학교수님들이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죽어가는 법학을 살리려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계신다.
교수들은 학문과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고 진리를 추구하는 데 관심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법학교수회는 어떤 이념집단이나 이익집단과 같은 모습이 될 수는 없다. 로스쿨 교수든 법학과 교수든 ‘법학을 향한 열정과 진리 탐구의 의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만으로 화합할 이유는 충분하다.”
Q. 현실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로스쿨과 비로스쿨 간 입장차와 시각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로스쿨이 처한 어려움은 학생들을 변시에 합격시키기 위해 몰두하다 보니 학문을 돌보지 못하는 어려움이고, 일반 법학과가 겪는 어려움은 학교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법학과가 통폐합에 처하기도 하는 어려움인데, 각자 처한 어려움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같은 어려움이다. 즉, 자신들의 연구 분야인 법학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어려움은 공통적이다.
법학교수가 로스쿨에 있느냐 법학부에 있느냐 하는 것은 얼마든지 변동이 될 수가 있고,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학교가 박탈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서로 역할을 나눠 맡게 된 걸로 보면 된다. 로스쿨 교수는 실무가를 양성해서 사회로 내보내는 역할이고, 학부 교수는 그보다는 앞 단계의, 법학적 소양을 가진 학생들을 교육해서 로스쿨, 경찰 등 공무원, 기업, 부동산 분야 등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법학을 연구하고 교육해서 법적 소양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사회로 내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얼마 전 로스쿨 원장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대부분 동의를 한 것은, 로스쿨은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을 반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리트 점수나 영어 성적 등 기본요소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변시적합성이 높게 나타나는 법학 전공자들이 유리하다. 학부 법학과가 잘 되어서 교육이 충실히 잘 되면 로스쿨에 오는 학생들도 그만큼 수준 높은 인재가 된다. 학부 법학과가 상당히 중요하고, 교수들 간에 긴밀한 소통과 학문적 교류를 하면서 입장차를 좁히고 협력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Q. 재야 법조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로스쿨이 합격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하여 변호사업계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양측이 어떻게 대화의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변호사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합격자 수 감축과 그로 인해 로스쿨 교육이 변시에 매몰되는 현상, 그리고 합격률이 낮고 경영이 어려운 지방 로스쿨에 대한 통폐합 주장이나 법학의 고사 위기 문제는 다 연결되어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알렉산더 대왕과 고르디우스 매듭(-고르디우스가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매우 복잡하게 묶어놓은 매듭. 수백 년간 아무도 풀지 못했지만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끊어서 매듭을 푼 일화)’처럼 시각을 새롭게 하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법학교수들 중 사회에서 변호사들의 가치가 하락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변호사가 많아질수록 변호사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주장을 나는 달리 보고 있다. 빠른 사회 변화로 인해 변호사의 역할도 상당히 변화했다는 점을 많이들 체감할 텐데,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의뢰인이 예전처럼 전적으로 변호사만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뢰인은 자기 사건이기 때문에 법도 찾고 판례도 찾고 깊이 있게 조사하는데, 여러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로서는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 의뢰인보다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변호사들의 전문성의 강화 필요성과 현재 시대상황에 맞는 역할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로스쿨을 수료하고 변호사 업계로 나가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송무영역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이 진출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감을 가지고 전문영역을 개척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로스쿨 수료자들은 우리나라 최상위 인재들이다. 다양한 전공 바탕을 가지고 사안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를 송무 영역으로만 보내려고 로스쿨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잠시 송무를 경험하더라도 이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영역을 찾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한해 배출 숫자만 놓고 시장의 어려움을 말해서는 안되는 게, 그 인원이 다 송무 영역으로만 진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스쿨 수료 인원이 많아진다는 건 국가 전체로 생각했을 때 그만큼 인재 풀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시대적으로도 법률가들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입법·제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뿐 아니라 통일이 되면 북한과 러시아, 중국에 진출할 기업들을 도와줄 법률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대륙법계 국가지만 미국법적 요소를 많이 도입하는 추세여서, 디스커버리제도 등과 같이 변호사 역할 비중을 훨씬 키울 제도가 도입된다면 변호사업계에 상당한 활력이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사건을 모두 재판으로 끝내려고 하지 말고 소 제기 후에 변호사들 사이의 자율적인 증거조사를 증진하는 디스커버리제도의 활성화, 조정 및 화해제도와 중재제도 등 활성화를 통해서 재판을 통한 분쟁해결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분쟁해결 과정에서의 변호사 역할이 크게 증대할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더 많은 변호사가 필요하게 된다. 국가 간 외교도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결정적인 외교 현장에는 법을 다루는 변호사가 있는 것이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그 자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 진출, 공무원, 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여 사회와 국가 속에서 법의 지배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변호사의 수가 많아야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국력의 증진에 발맞추어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변호사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므로, 거기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로스쿨을 수료한 졸업자에 대한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로스쿨에 오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는 것과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고, 오히려 변호사 숫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때에 변호사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변호사들의 사회적 역할이 증진될 것이라고 본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이 변호사 시장과 변호사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첩경이다.”
Q. 구체적으로 로스쿨에서 육성하고 추구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들이라고 이해하면 될지.
“사법시험제도가 ‘법조인’ 양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로스쿨은 조금 더 넓게 ‘사회 전 영역에서 법적 전문성을 가지고 그 분야를 선도해 나갈 사람들’을 양성하는 제도라고 인식을 해줘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법조인의 역할이 시대 변화에 따라 변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제도 자체가 추구하는 지향점도 그 폭이 더 넓어졌다. 이런 인재가 되려면 법 지식과 법 적용의 기술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로스쿨 3년 과정이 온통 변시 준비에만 함몰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리걸 마인드(legal mind)에 더하여 시대에 맞는 리더십,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인성 함양까지 교육할 의무가 있지만, 학생 못지않게 로스쿨 교수들도 변시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크게 가지고 있어서 여의치 않은 측면이 있다.
로스쿨에서는, 아무리 지루한 수업이어도 조는 학생을 한 명 볼 수가 없다는 점을 종종 이야기한다. 어렵게 로스쿨에 들어왔는데, 합격률이 50%에 불과하여 출구가 너무 좁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긴장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교수들도 농담 한 마디 편하게 못하는 분위기다.
저는 조급해 하고 불안해 하는 학생들을 보면 늘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라고 조언을 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긴 레이스를 하기가 어렵다. 로스쿨 생활이 끝이 아니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옆의 학생들도 다 같은 조건이니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 함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자 협력 대상이라는 마음을 가지라고도 말한다. 학생들이 혼자 공부해야 된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토론하고 같이 고민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함께 가야 더 멀리 간다. 로스쿨 3년은 경쟁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가장 자신만을 생각하기 쉽고 이기적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 기간에 협력과 배려를 몸에 익힌다면 후에 사회에 진출하여 남다른 인재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로스쿨 3년 공부하고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장 바쁜 시기에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형성한다면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습관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공부가 잘 안 될 때 자리에만 계속 있으려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여 체력을 관리하는 편이 좋다’고 자주 조언해 준다.”
Q. 최근 법관 탄핵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었는데요.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전에 비해 법원과 법관이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 같다. 내부에서는 힘든 일일 것인데,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재판이라는 게 무얼 위해 하는 것이냐’란 중요한 질문이 우리 사회에 던져졌고, 법관 개인으로서는 ‘내가 무엇 때문에 법관을 하는가’란 걸 스스로 다시 질문해 보고 마음가짐을 추스르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법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다. 어떤 내외부 압력에도 굴할 이유가 없고, 쿨하게 앞만 보고 갈 수 있어야 되는 사람들이다. 법관들이 국민만 의식하고 있으면 이게 가능한데, 시스템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법원은 법관 개인을 믿고 자율성과 책임을 더 많이 주어도 될 것이다. 법원만큼은 관료적 색채가 거의 없는 조직이 되도록 최대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일련의 ‘사법 개혁’의 시도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간다면 올바른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좀 더 두고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법관에 대한 탄핵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정해진 제도이고, 법 절차에 따라 탄핵사유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국회에서 법관의 탄핵소추를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가결은, 시간적으로 사실조사 등의 절차 없이 이루어졌고 탄핵사유가 법원의 징계절차에서 이미 견책처분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 탄핵은 대통령·법관 등 국가의 주요인사에 대한 파면을 매우 신중하게 하기 위하여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탄핵을 가결하여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를 하고 그 심판을 받도록 한, 국가의 주요인사에 대한 파면을 위한 특별절차라는 점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법적으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법리적으로는 이것이 헌법 제65조에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신의칙상 탄핵소추권의 남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 특히 일사부재리, 탄핵소추의 이익의 법리에 비추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국가적 형태의 분쟁은 어떻게 해결되더라도 명암이 있을 것이므로, 법의 지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길 기대해 본다. 이번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이, 법관 개개인들에게는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 독립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고, 사법부 독립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개인과 전체로서의 사법부가 혼연일체가 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므로, 사법부의 집행부는 자신이 누구에게 임명되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 본질을 지켜나가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서는, 이것이 형사사건화 되어 법관들이 재판을 받게 된 것은 사법부 전체의 입장에서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보고, 사건기록을 보지는 못했지만 큰 틀에서 형사사건으로 처벌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기존의 사법부가 해왔던 오랜 관행이 모두 새롭게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대법원의 1년 사건이 4만 건 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현행 상고심 구조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바꾸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서는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 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도 여전히 대법원의 상고제도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으므로 국민의 편의를 위해 개선될 필요성이 명약관화하다. 만일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집행부에서 상고법원안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의 편의를 위하여 고등법원 상고부안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추진 방법은, 국회와 정부가 자발적으로 국민의 편익을 위해 해결하는 방식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Q. 임기 동안 특히 주력하실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 법조인양성제도와 법학교육이, 미국 로스쿨로 대표되는 영미법계와 독일 법학교육으로 대표되는 대륙법계를 접목한 형태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독일처럼 법학의 기본교육은 학부에서도 하고, 미국처럼 법률실무가는 로스쿨에서 교육하는 우리의 시스템이 한편으로는 매우 독특하지만, 그게 또 우리만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법학을 법학과에서만 가르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영, 행정, 정외, 의료, IT 등 법학이 꼭 필요한 학과에서는 그 분야에 맞는 법과목을 개설하고, 그것을 위해 해당 학과에서 법학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임기 동안 전국의 법과대학장님과 로스쿨 원장, 대학총장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해당 학과 및 해당 대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회의 근간은 법이고, 모든 분야에는 기본 규칙과 크고 작은 규정이 있다. 법학이 각 분야에서 뿌리와 울타리 역할을 해줘야 그 분야가 안전하게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다. 내가 법학교수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이치가 그렇다. 따라서 이렇게 하는 것은 그 분야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 된다. 얼마 전 찾아간 대학에서 로스쿨 원장님과 해당 대학 총장님도 나의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걸 보면서, 내가 임기 동안 최대한 많은 학교를 찾아가 필요한 분야에 법학과목 개설 및 법학교수 채용을 권유해 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대한변협, 법무부, 교육부 등 관련 기관과 대화와 토론을 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점진적 제고와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학부의 법학수요를 증진하기 위하여 공무원시험 등에 법학과목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이런 일들은 법학교수회가 주관이 되어야 하는 일이므로 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